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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선택이 아닌 신념: 교황의 발언과 '종교 슈퍼마켓화'의 위험카테고리 없음 2024. 11. 23. 22:06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든 종교는 하느님에게 이르는 길”이라는 발언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큰 의문을 불러일으켰으며, 종교의 본질을 ‘슈퍼마켓’처럼 여기는 현대의 다원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일으켰다.
‘종교 슈퍼마켓’이란, 각자가 취향에 맞는 종교를 선택하거나, 때로는 여러 종교의 요소를 결합해 개인적인 신앙을 만들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종교의 본질을 왜곡하고, 신앙의 깊이와 철학을 상품화하며, 각 종교가 가진 고유한 가치를 가볍게 만든다. 교황의 발언은 종교를 단순한 선택지로 취급하는 ‘종교 슈퍼마켓’적인 사고방식을 드러내며, 모든 종교가 동일한 가치와 진리를 지닌 선택지로 보게 만든다.
가톨릭 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께 이르는 유일한 길이다. 이 교리는 수천 년 동안 가톨릭 신앙의 중심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교황의 발언은 그 교리를 흐리게 하여 종교의 진리가 상대적이고 유연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조셉 스트릭랜드 주교는 이 발언이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교리를 부정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신앙은 마치 브랜드를 고르는 소비자의 선택처럼 취급될 수 없다. 종교는 각자의 확고한 철학과 진리 체계를 바탕으로 한 신념이기에, 이를 단순히 여러 가지 길 중 하나로 간주하는 것은 그 신앙의 무게와 깊이를 상실하게 만든다.
더욱이 ‘종교 슈퍼마켓화’는 단지 가톨릭 교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각 종교가 지닌 독자적인 가치를 존중하고 서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교황의 발언은 종교 간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모든 종교가 무한히 대체 가능한 선택지로 여겨지게 할 위험이 있다. 특히 싱가포르와 같은 다종교 사회에서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종교 간 갈등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종교 간 대화’와 ‘종교 슈퍼마켓화’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종교 간 대화는 각 종교의 철학과 진리를 존중하며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반면 ‘종교 슈퍼마켓화’는 종교를 단순한 선택과 결합의 대상으로 격하시켜, 종교의 진정한 가르침을 훼손할 수 있다.
신앙은 절대적인 헌신과 진리에 대한 깊은 신뢰를 요구하는 가치이다. 그것은 사회적 유행이나 개인의 취향에 맞춰 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교황의 발언은 경전의 엄숙한 진리를 상대적인 해석으로 왜곡할 위험이 있다. 이는 신앙의 중심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으며, 종교의 신성과 무게를 희석시킬 수 있다. 종교 지도자는 신앙의 진리를 지키고, 그 신앙이 진리와 신뢰에 기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앙의 진리를 흔들 수 있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는 것은 신자들에게 영적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종교를 단순한 ‘선택지’로 전락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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